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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09 밤에 쓰는 일기
- 2008/09/15 할아버지
- 2008/07/01 Farewell
올해로 30세 이다.
20세가 될 때는. '스무 살이 되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거야'라는 기대감이 다소 있었는데도 막상 별 대단한 게 없었던 기억인데.... 30세가 될 때는 '별 거 있겠어'라는 마음이었는데 꽤 큰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28년만에 처음으로 내 사촌동생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평소에 말 좀 곱게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하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각난다. 지나간 부끄러운 기억도 이제는 귀여운 양 그냥 쓰다듬으며 나를 용서해주고 싶다. 이제 앞으로 그런 실수를 안해야한다는 강한 마음 때문일지도. 이제는 정말 어른이라고 불리울 나이. 아직은 젊다지만 그래도 어리지는 않은 나이. 어려운 나이,30.
쳇 별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담배도 안 피는 게 좋을까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전히 그 흡연시간의 즐거움을 대체할 것을 찾지 못했다.
상관없는 일이 정녕 아니라면, 인생과 관계는 전부 말로 말로 만들어진 인생의 말로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일이라면
그대 지금 말하는 그대 입과 쉬지않는 그대의 양 손가락 가는 곳과 하는 것을 적절하게 통제하길 버리질 않길
크기만 컸지 도움안된다고 뇌를 믿지 않고 마음을 믿다 사랑을 잃다 사람을 잃다 인생을 잃다
밤이 뿌리고 간 새벽의 씨앗이
귀로 스며들어 오고,
별자리를 가늠케만하는 밤의 서글픈 정취는
쉬고 있던 초록 불빛의 기억을 일으킨다.
기억의 바닥에 살짝이 귀를 누이면
텅 빈 머릿 속을 꿰뚫는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눈썹이 가득히 떨려온다.
허나, 내 시계(視界)를 흔들지는 못한다.
뼛 속 가득한 갈빛의 눈물이
눈썹이 떨리던 오른쪽 눈에서 흘러나왔다.
눈을 찡그려 감았다.
바람에 차게 식은 볼 위로 따스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눈썹은 여전히 떨린다. 여전히.
혹시나 하여, 손으로 덮어 따뜻하게 해본다.
하지만 푸르르한 이 떨림은 추위 때문은 아닌가 보다.
계속 슬프게 떨려오는 눈썹에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단념하기 위해 떨리는 눈썹과
흐르는 눈물을 지닌 채 비어있을 하늘을 올려보았다.
11월의 찬바람이 새벽달 위로 불고 있었다.
-
Jay Kay 2009/10/12 07:27
99년 대학교 1학년 1학기 문예창작연습 기말과제 작품.. 고2 때 써두었던 습작 2편을 짜맞춰서 만들었던 것 같은데.. 뭔가 어색하다. 그런데 요즘 저 '갈빛의 눈물'이란 말이 자꾸 생각나서..매년 이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지라....
어찌 될 지는 몰라도. 어딘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은 일단 해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긴 하지. 나중에 어찌될지는 모르는 거니까. 정말 '신상' 추억이 될 수 있어야겠지. 서울을 떠나기야 힘들지만
가 본 적이 없는 곳, 먹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새롭게 시작해야겠지. 그래야겠지. 그게 누구와든.
HBO의 TV시리즈 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Charlotte을 보고 있자면 생각나는 대학 여자 동기가 한 명 있다.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교내 구내식당 매점에서 그녀가 내게 물었다.
"JK야,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나는 말했다. "나의 뇌." 그녀는 놀라서 "왜?" 라고 했다.
그녀는 사실 '사랑이다' 아니면 '일이다' 뭐 이런 대답을 생각하고 물어 본 것이었다. 나의 이유는 간단했다. 내 뇌가 없으면 지금의 대화도 없고 너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당시 그 대답("나의 뇌")을 한 나를 수 년 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말을 던지는 내 스스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이한 것은 멋진 것이다라면서.
Kurt Vonnegut의 소설 Galapagos에서는 인간의 비대한 뇌가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만들어 싸움을 만들어서 경제위기를 가져오게 하며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종국에는 지구의 환경을,지구에 존재하는 사회를 모두 파괴한다고 하였다. 지구가 살기힘든 행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비대하여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해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이다.
자, 나는 아직도 내 뇌가 좋고 중요한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뇌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 인류가 동시에 뇌 축소 시술을 하기 전엔 나도 내 뇌를 포기할 순 없다. 뒤쳐지기는 싫은 게다.
그런데 어찌되었던 '뇌'가 작아진다면 최소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글자를 적을 수 있는 능력은 필수로 남겨두고 싶다. 지금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일기처럼 끄적이는 이 순간이 나의 뇌에 가장 감사하는 순간인 듯 하니 말이다.
혼자서는 정말 아무 것도 못한다. 출근해서 퇴근까지는 계속 당장의 업무들만 생각하며 그럭저럭 지내고 툭하면 남아서 괜히 내일 낮에 해도 될 일 미리 해놓고.. 어쩌다 그냥 집에 오면 TV앞에서 쓰러질 때까지 리모컨과 씨름한다. 운동을 해야겠으나 규칙적인 생활리듬이 없다는 핑계고, 최근 터진 사건으로 주말에도 회사나가보느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쉬는 날도 책 한 번 안보고 잠만 잔다.
그리고 자다가 자다가 할 일이 없으면 별로 없는 인간관계를 한탄하며 외롭게 인터넷 창이나 띄워보고 만다. 할 것도 없으니 연예인 사진 좀 보다가 그냥 만다.
피겨를 누가 잘하든지, 내 펀드를 포함한 모든 펀드가 어떻게 되던지, 미국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국정감사에서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상관없다. 상관 안한다.
당구는 왜 재밌어하는지, 스타크래프트나 위닝11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직접하는 것도 심각하게 못할 뿐더러 남들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잘 참아내지도 못하는 것이 내게는 축구다. 그런데 왜 다들 축구라면 박사고 전문가인지 (심지어 목을 매는지) 이유가 조금은 궁금하다만 굳이 답을 원하지도 않는다.
난 참 심심하게 산다. 딱히 모아놓은 돈도, 명예도, 실력도 없다. 그냥 심심한 사람이다. 그러고보니 외로워도 싸다.
할아버지.
성묘 후 30분 꼭 족보 강의를 하고 싶어하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노년에 새로사온 닭을 잃어버린 것으로 하루종일 심란해하시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탈장 수술 하실 때, 병원 계단 참에서 모래 담배피우시던 것을 망봐드리던 제 마음을 알아주셨을지는 몰라도 그리고 나서 면도 안시켜드린지도 참 오래되었네요.
벌써 선산에 누우실 자리를 다 봐 놓으시고 영정사진도 찍어두시고 가실 날만 기다리시면서도 이번 장에 강아지 한 마리, 닭 다섯마리를 새로 사신 할아버지.
시골에 갈 때마다 아버지 야간 경비 월급의 3분의 1을 다 쓰게 만드시더라도 또 시골에 내려오라고만 말씀하시는 욕심쟁이 할아버지.
좋지도 싫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도 제가 몇 대 손인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귀담아 들을께요.
저도 Will Smith가 Fresh Prince였던 시절을 보지는 못했지만, 알고는 있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사람이 살면서 특히, 일하면서 좋은 동료나 선후배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이 회사 들어와서 만난 두 명의 전 상사들은 참 좋은 선배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여성. 다들 친절했고, 권위의식 0%, 분업철저, 센스 만점에 인간적인 매력도 다분한 사람들이었다.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잘하면 칭찬해주고. 나도 과연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선배들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번에 퇴사하는 분이 내게 남기고 가는 것은 이런 저런 버릇들이다. 나 역시 누구처럼 남 흉내내는데 도가 튼 막내다 보니. 말할 때 쓰는 문장들의 종결패턴이나 대화의 시작을 끌어내는 수법, 남에게 부탁할 때 쓰는 단계식 텍스트 같은 것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꼭 닮아버렸다기보다는 그냥 약간 익숙해져있다. 이 익숨함가지고는 그 분을 따라하는 수준에조차 못미친다. 하지만, 영향을 받은 것들 만큼은 잘 기억하고 익혀두려고 한다. 잊지않으려고 한다. 일단 지금 생각할 때는 나쁜 게 아닌 것 같으니까. 이제 당분간 누가 옆에서 잡아주지 않는데 나혼자 폭주하면 안되니까. 나중에 누군가 혹은 내 자신이 나를 다잡아 줄 때까지는 일단 현상유지만이라도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이제는 또 다른 누구를 만나게 될까.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요즘 이 사건이 가장 주목되는 나의 사건이다. 내일부터는 아마 그 분께서 잘 막아주시고 계시던 일들이 나에게 혹은 또 다른 팀원에게 떨어질 것이다. 한가할 틈이 없을테니 다행이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일까봐 걱정이다. 그러나, 익숙해진 몇 가지 버릇들을 잘 기억하며 잘 헤쳐나가야한다고 다짐해본다.
Farewell, B.
선물도 주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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